핵심요약
작년 4월 '2m 거리 유지 불가 시' 지침 적용한 지 532일 만
50인 이상 행사·집회, 야구장, 콘서트 등서 안 써도 되지만…
유증상자나 고위험군, 다수 밀집해 비말 튀는 상황은 착용 권고
2차 대유행 불씨 된 광복절집회 기억해야…실내는 당분간 유지
     
정부가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하는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손에 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



26일부터 바깥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작년 4월 12일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 실외'까지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532일 만이다.

정부는 앞서 올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해제한 데 이어 5월 2일 실외마스크를 1차로 풀었다. 다만,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나 50명 이상이 관람하는 실외 공연·스포츠 경기장 등을 제한적 사례로 남겨뒀다. 이제는 이마저도 완전히 풀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가능한 거라면 넉 달 전에는 왜 주저했던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한때 신규확진 20만에 근접했던 여름철 재유행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전파력이 높고 백신 회피능력이 뛰어난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가 주도한 6차유행은 7월 초 본격화돼 8월 17일 정점(18745명 확진)을 찍고 연일 하락 중이다.

7월 중순 1.58까지 치솟았던 감염재생산지수(Rt)도 지난달 넷째 주부터 '유행 억제'를 뜻하는 1 미만(0.98)으로 떨어졌다. 이후 8월 5째 주 0.83→이달 첫 주 0.87→둘째 주 0.82 등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점 당시 12만 명대였던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절반 이하인 5만 4천 명대로 내려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방역당국이 가장 유념하는 지표인 위중증 환자도 전날 기준 416명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일일 사망자는 고령층 환자 증가 여파로 최대 60~70명에 이르고 있지만, 시차를 두고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코로나 주간 위험도는 8월까지 '높음'을 유지했던 비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모든 권역에서 '중간'을 유지하고 있다.

진단검사로 공식 집계된 누적 확진자만 2462만 명에 달하는 가운데 '숨은 감염자'까지 헤아리면 상당수 인구가 자연 면역을 획득했으리란 게 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이번에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전국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체양성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97.38%가 코로나19 감염 또는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97.4%'라는 숫자가 액면 그대로 코로나19에 대한 방어력을 갖춘 인구 비율을 뜻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자연감염으로 얻은 항체는 예방접종에 비해 오래 지속되기는 하나 반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훨씬 적었던 유행 초창기보다는 전반적인 면역도가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공기가 순환되고 거리두기가 용이한 실외는 주기적 환기가 요구되는 실내보다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고려됐다.

과반수의 국민은 정부의 조치와 관계없이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12~16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의 64%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지속 착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실내 착용을 이어가겠다는 응답은 75%로 더 높았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난 4월 말 야구장 '치맥'과 함께 극장 내 팝콘, 마트 시식 등이 다 허용된 상태에서 야외마스크를 고집하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정작 식당·카페에서는 '노마스크'로 음식물 섭취와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건물 밖을 들락날락할 때만 마스크를 쓰는 모양새가 모순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는 실외마스크를 의무사항으로 둔 해외국가가 거의 없다는 점도 내세웠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역사회 유행 시, 환기가 불량한 실내나 1m 거리 유지가 어려운 실내·외에서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도 대중교통과 고위험지역(실내 공공장소), 중위험 지역(고위험군)에 한해 마스크를 권장한다. 영국 HSA(보건안전청), 일본 후생성의 지침도 유사하다.

당국은 국가가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위반 시 처벌이 따르는 강제적 의무보다는 개개인의 방역수칙 준수를 생활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단 방침이다. 마스크의 필요성이 소멸된 게 아니란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지난 23"실외의무를 해제했다는 것이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자체가 불필요하단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과태료가 부과되는 국가 차원의 의무조치만 해제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이 적극 권고되는 실외 상황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발열·기침·인후통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고령층·면역저하자·미접종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경우 또는 고위험군과 밀접접촉하는 경우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서 함성·합창·대화 등 비말(침방울) 생성행위가 많은 경우 등이다.

사람이 빽빽하게 모일수록, 비말이 튀는 행위가 많을수록 마스크의 필요성은 비례해 올라간다는 취지다.

실제로 야외라고 해서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2차 대유행의 불씨가 된 2020년 광복절 집회가 좋은 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가 연사로 나선 집회다. 당시 서울 광화문에는 교인과 보수단체 회원 등 수만 명이 몰렸고, 참석자는 대부분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았다. 밀접접촉자로 격리대상이었던 전씨는 마스크를 벗고 단 위에 올랐는데, 이틀 후 확진됐다.

     

해당 집회와 관련된 확진자는 당국이 파악한 수치만 650명이다. 사랑제일교회 사례 관련환자(1173명)까지 합치면 2천 명에 육박한다. 군중이 밀집한 장소는 야외라 해도 마스크가 최선의 예방법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외마스크 해제'가 아니라 '실외마스크 착용 자율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싶은 사람은 (앞으로도) 언제든 쓰면 된다"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 관련 지식이 많이 쌓였기에 지하철 같은 곳은 벗으라 해도 국민들이 다 쓰실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 역시 전날 "개개인의 자율적 실천은 여전히 상황에 맞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외마스크가 '전면 해제'됐다는 표현은 가급적 지양해줄 것을 출입기자단에 당부했다.

실내는 종전과 그대로 마스크 착용의무가 적용된다. 방역당국은 '실내'의 개념에 대해 "운송수단, 건축물 및 사방이 구획되어 외부와 분리된 모든 구조물"이라고 정의했다. 천장과 지붕이 있고 사방이 막혀 있다면 실내, 반대로 천장이나 지붕, 2면 이상이 열려있어 자연환기가 가능하다면 실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외 콘서트장이나 경기장에서 관람 도중 건물 통로나 화장실로 들어갈 경우에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야외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탑승하는 순간 마스크 착용의무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국은 실내마스크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늦가을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있는 데다 현재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인플루엔자(계절독감)와 코로나19가 동시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백 청장은 "실내의 마스크 착용의무 완화에 대해서는 감염병자문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며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이해관계자 등 의견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실내마스크는 연내 조정이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백 청장은 "실내착용 완화 시 동반되어야 할 대책 검토 등이 필요하다"며 "고위험군을 보호하면서도 국민 수용성이 높은 조정방향을 구체화해 추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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